중국 사회, "크고 복잡한 데다가 빠른 속도로 변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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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4-05-01 17:16|본문
배덕형 기업인이 전하는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저는 한국인으로서 중국에 거주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일인(一人)입니다. 거주는 칭다오에서 하고 있지만, 칭다오 외에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广州), 항저우(杭州), 청두(成都), 동관(东莞), 다롄(大连), 지난(济南) 등등 다양한 중국의 도시들을 수시로 출장 다니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곳곳을 다니면서 그 변화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저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중국 현지에서 그 거대하고도 복잡한 변화의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척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바로 옆에서 5천년이나 함께 해온 "중국"이라는 이웃 나라는, 1970년대 말 개혁개방(改革开放)을 시작한 이래, 2001년 WTO에 가입하게 되면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중국인들 내부적으로도 세대격차(代沟)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저와 같이 중국 현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때로는 부담이 될 때도 적지가 않습니다. 이는 저와 같은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나이가 많은 세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은 우리 나라와도 정말 비슷한 것 같습니다.
중국과 같이 거대한 규모에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가, 지금과 같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계속해서 "변화중"이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한국에 거주중인 지인, 가족, 친척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의외로 변화중인 중국에 대하여 매우 자신있게 정의를 내리시는 편이라 오히려 제가 더욱 더 당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중국 이해는 매우 한쪽에 치우친 것이거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미 사라진 것들이 대부분 같습니다. 따라서 정작 중국에 살면서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중인 사람으로서 보기에는 무척 안타깝고 또한 동시에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저의 지인 어르신 중 한 분께서는 약 20년 전 중국 장가계(张家界)에 다녀온 것을 근거로 하여, "중국은 내가 직접 가서 다 보았고, 실제로 보니 전혀 볼 것이 없었다."는 말씀을 20년이 넘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하십니다.
또는 5년 전, 10년 전에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셨던 분께서 중국은 어떠어떠하다고 정의를 내리실 때가 있는데, 이 역시 그분께서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신다면 매우 바뀌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매우 동태적(動態的)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극단적으로 정태적(靜態的)인 시각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의 변화 속도와 복잡성, 다양성은 너무도 엄청나기에, 중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끼리도 이러한 주제에 대해 논쟁을 하는 정도입니다. 한편 한국 사람들은 중국은 어떻다라고 매우 쉽게 단정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 아내는 중국 사람(한족/汉族)입니다. 2007년에 한국과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에서 파도타기라는 기능을 통해 일촌 친구로 지내다가, 아내가 한국의 모 외국어 고등학교에 중국어 원어민 교사로 오게 되면서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저 때문에(?) 한국에서 8년을 지내다가 중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제 아내는 돌아온 중국 사회에 적응 하는 데에 거의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중국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아내는 중국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중국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할 뿐 아니라, 대단히 복잡합니다. 중국에서 살면서 비즈니스를 하게 된 이래 저는 우리나라야 말로 얼마나 단순한(나쁜 의미가 아니라 복잡함의 반대되는 의미로) 문화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와 같은 한국의 아저씨들은 식사 때마다 반복적으로 하는 고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대체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거의 평생 동안 이 고민을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도 고민을 심각하게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짬짜면이라는 독특한 메뉴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식사를 한 끼 하더라도 다양한 컨셉의 식사 장소가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요식업 환경의 변화 속도는 정말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식사를 한 끼 하더라도 다양한 컨셉의 식사 장소가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요식업 환경의 변화 속도는 정말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살면서 중국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 될 때면, 일단 기본적으로 고민 대상에 오르는 요리의 가짓수만 해도 30~40개는 됩니다. 이 안에서 메뉴까지 파고 들게 되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의 조합이 생겨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거주중인 칭다오(青岛)만 하여도, 산동성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산동성의 서쪽과 문화가 다릅니다. 칭다오가 속한 산동 반도 일대를 두고 쟈오동(胶东)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같은 쟈오동 안에 있는 옌타이(烟台), 웨이하이(威海)만 해도 칭다오와 또 다릅니다.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강소성(江苏省)이 나오는데 역시 문화가 다르며, 조금 더 아래로 장강(长江)을 건너가면 또 전혀 다른 문화가 펼쳐집니다. 광동성이나 사천성과 같은 곳에 출장을 가면 이것은 완전히 외국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회가 상당히 현대화되면서 그나마 비슷해 진 것이 이 정도임을 생각한다면, 중국이라는 사회는 대단히 크고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제가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한국 사람은 미국 중심의 Global Standard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편, 중국 사람들은 중국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문화와 매너가 따로 있습니다.
중국 사회의 복잡다단한 특성 때문인지, 중국의 비즈니스맨들은 타지역에 가게 되면 무척 주의하게 되는 편입니다.
혹 내가 하는 행동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지역에서 실례가 되거나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펴보았더니 다양한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크게 하는 중국 사람일수록 이렇게 주의하는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실례가 되지 않는 것이 특정 지역에서는 실례가 될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사회에서는 이렇게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어떤 에티켓이자 예의 문화가 지금 형성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면적이 크고 사람이 많기 때문에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합리성이 없다면, 널리 퍼지지 못한다는 것도 중국의 특징입니다. 또한 상당수의 중국 비즈니스맨들은 생각보다 Open Mind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지난주에 항저우 출장 기간 동안 겪었던 일을 하나 공유해볼까 합니다.
비행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기에 새벽부터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서운 깍두기 머리를 한 어느 분께서 제 옆에 앉아서 큰 소리로 음성을 틀어 놓고 핸드폰으로 틱톡(抖音)을 보고 계셨습니다. 제가 그냥 이어폰을 끼고 참을까 하다가, 그냥 그 분의 옆으로 가서 죄송하지만 소리를 조금만 줄여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께서는 세상 해맑은 표정을 하시더니만, 바로 소리를 작게 줄였습니다. 그러고는 조금 뒤에 그 정도로는 소리가 아직 조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는지, 제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로 이동해서 핸드폰을 시청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결과 저는 비행기 탑승 때까지 매우 편안하게 쉴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특징은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저희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즉, 과거에 내가 중국에서 했던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 많은 중국의 비즈니스맨들,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이들은 누가 어떻게 해 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그 요청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생각은 거의 없으며, 만일 문제가 있다면 자기가 하는 행동이 대체 해가 되는지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정말 불편하고 매너가 엉망이라 기분을 나쁘게 하는 중국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양보하는 중국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극단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중국 사람, 중국인 관광객 등의 자극적인 소식에만 지나치게 민감한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중국에서 거주하시거나, 사업을 하시는 한국분들 중에는 중국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나 룰(Rule)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하는가?",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등등 사고의 기준에 여전히 한국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나라를 아끼고 사랑하여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는 그 마음을 우리끼리만 보기에는 좋을 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과도 같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중국에서 지내며 중국을 배워나간다고 생각한다면 훨씬 더 좋은 일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세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었던 세계화(世界化)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진영(陣營)의 시대, 분절화(分節化)의 시대로 가고 있다라고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Global Standard에도 똑같은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한중글로벌저널/ 글 배덕형 기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