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의 시간을 넘어...두 ‘Mr.Hwang‘이 꽃피운 꿈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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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5-11-03 20:44|본문
2025년 10월의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열기가 가을 하늘을 뜨겁게 달구었다. 핵잠수함 소식에 온 국민이 흥분에 휩싸인 가운데, 정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21개국 정상들의 틈바구니 속에 선 한 사람, 바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의 존재였다.
그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GPU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람들은 그 숫자의 의미는 몰라도, 그가 가져온 '미래'라는 선물의 크기에 압도당하며 기뻐하고 있다. 대만 출신의 이 입지전적인 인물은 1993년 작은 그래픽 카드 회사로 시작해 30여 년 만에 연매출 2000억 불을 상회하는 거대 제국을 일구었다. GPU를 단순한 그래픽 장치가 아닌, AI 연산의 심장으로 간파하고 CUDA 생태계를 구축한 그의 통찰력은 그를 'AI의 대부', '반도체계의 나폴레옹'으로 만들었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가 그가 이끄는 엔비디아의 칩 위에 건설될 것이다.
정말 부럽다. 대만이 얼마나 그를 자랑스러워할까?
하지만, 이 감격적인 순간에 나는 무려 42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같은 성(姓)을 가진 한 한국인 기업가가 이룬 더욱 가슴 벅찬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Televideo의 창업자인 함경도 출신의 필립 황(Philo Hwang), 한국명으로는 황규빈 회장이다.
1983년, Televideo가 한국인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대 미국 컴퓨터 산업계의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연간 매출액이 5억 달러에 육박하며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Televideo. ‘포춘 500’ 표지에 "All American Success Story"라는 부제로 등장하며 미국의 재계와 정계를 통틀어 최고의 유명 인사로 등극했었다. 미국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타임’지까지 그의 성공을 앞다투어 보도하며 절정을 이루었다.
이 놀라운 소식이 늦게나마 한국에 전해졌을 때,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 경제를 이끌던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김우중(대우) 회장 등 모든 대기업 총수들에게 이 소식은 엄청난 충격과 자극이 되었다.
당시 한국의 컴퓨터 산업은 너무나 빈약했다. 미국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러나 동양정밀 박율선 회장이 Televideo의 한국 파트너로서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어낸 이 성공 신화는, 한국 정부와 재계의 거인들을 두드려 깨운 대사건이었다.
황규빈 회장의 성공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줄을 섰던 한국의 대기업 회장님들. 그들은 그분의 맨주먹 성공기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불가능해 보이던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바로 그 해, 삼성, 현대, LG는 실리콘밸리에 최초로 사무실을 개설하며 '세계 시장'이라는 거대한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Televideo의 성공은 단순한 한 기업의 성공이 아니었다. 이는 한국이 '세계의 무대'로 나아갈 용기와 확신을 심어준 기폭제였다. 한국은 그렇게 깨어났고, 그로부터 42년이 흐른 지금,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발자취는 바로 그 충격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Mr. Hwang'이 빚어낸 연대의 꿈
2025년의 젠슨 황 CEO가 AI 시대의 문을 열고 있듯이, 1983년의 황규빈 회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도전의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모두 'Mr. Hwang'이다.
황규빈 회장이 맨주먹으로 일군 Televideo는 한국 기업들에게 '성공의 가능성'을 증명해 준 선구자의 횃불이었다. 젠슨 황 CEO가 이끄는 NVIDIA는 이제 한국에게 'AI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42년의 시차를 두고, 이 두 'Mr. Hwang'은 동양의 이민자로서 실리콘밸리의 꿈을 이뤘고, 그 꿈의 유산을 한국의 미래에 이어주고 있다.
오늘, 젠슨 황의 GPU 약속에 환호하며 우리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나는 그 뿌리를 깨우쳐 준 자랑스러운 황규빈 회장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김우경 SERAM Inc. 회장: 'Korea IT NETWORK' 초대회장, 한상대회 창립 및 1대 대회장 역임,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출처 : 재외동포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