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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없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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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3-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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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에서 태여나고 자란 중국 조선족인 내가 이곳 한국에 류학을 와서부터 머리 아프게 고민했던것이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밤과 낮 따로 없이 긴장에 얼굴 근육 한번 제대로 풀지 못한채 늘 뻣뻣하게 나를 만들었던 고민, 그건 고민이 아니라 차라리 고문이였다.
 
이 하늘아래 그렇게 마음이 혼란스러워본적이 이제껏 없었으며 이 세월동안 그렇게 풀이 죽어본적이 또한 없었다. 이 아름다운 한국에서, 이 예쁘장한 고국에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말못할 고민에 내 스스로 정신분렬증에 걸리지 않을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성격에 이상이라도 생길가봐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원래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내가 느낀 그 고통은 더욱 큰 무게로 지지눌러 이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미소 한번 못짓고 소리 한번 못지를만큼 내 자신이 느끼기에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보기에도 처량하고 구슬펐을게다. 늘 겁먹은듯 바보처럼 덜 떨어진 얼굴이였으니 당당하고 밝은 모습 한번 제대로 연기할수 없게 만들었던 그 고통은 바로 나의 정체성에 관한것이였다.
 
나는 중국인인가? 조선족인가? 아니, 그런 표면적이 명칭보다 더 가슴 아픈건 도대체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느끼는 자긍심이 털끝만치도 없다는것이다. 중국인이든 조선족이든 그것에 상관없이 나는 자긍심보다는 열등감, 불안 등에 더 시달렸다.
 
완전한 중국인이라면 이런 너절한 감정따윈 절대로 느끼지 않았을것이다. 그들이 외면상 가난하고 어설프고 초라하다 해도 5,000여년 굳게 지켜온 전통과 대륙이라는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사는 나름대로의 민족성과 강한 자부심이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부러운것인가? 그런 중국인으로 자부하기에는 우리는 아니, 나는 태여나서 중국말보다는 훨씬 더 많이 사용해온 언어와 습관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민족이란건 더욱더 높고 험난한 벽으로 다가올뿐이다. 같은 문자만 쓴다는거 제외하고 많은 면에서 분리된다.
 
억양이 다른 사투리, 촌스런 옷차림이 그토록 웃기는것이였던가? 개그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연변사투리》를 이 곳에 있는 연변사람들이 보고 어떤 기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그걸 보고 같이 따라웃는 연변사람은 있을수가 없다. 안그래도 이 땅에서 설자리 없이 전전긍긍 숨어사는 사람들인데 그런 렬등감에 더욱 부채질 할뿐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존심이 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이 상처를 받으면 육체가 손상받는것같이 아프고 쓰리고 눈물이 난다. 한국에서 조선족의 자존심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이 땅에 온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슴에는 아픔이 그리고 령혼에는 말못할 상처가 있다. 나같이 불법체류도 아닌 상황에서 생계걱정없이 호젓하게 공부만 하는 사람도 이렇게 소외를 느끼고 아픈 소리를 내는데 음지에서 볕도 못보고 일만 하는 7만여명 불법체류 로동자들은 얼마나 가슴에 한이 맺히고 서러울가.
 
그들이 돈 벌러 온건 분명히 선택이였지만 인간이 사는 이곳, 따뜻하고 아름다울거라 생각했던 이곳에서 고통받고 상처받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문득 나라 빼앗기고 망국의 노예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생각났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인간으로서 짓눌림을 당하고 자기 땅에서도 떳떳하지 못했던 50여년전 또 더 긴 세월전 그들의 한, 아픔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있는 이들의 아픔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것이다.
 
인간은 동등해야 한다. 아니, 원래 동등하다. 인간으로 태여나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산다면 그것이 온전한 삶인가? 인간이기에 자존심이 있는데 그 자존심이 뿌리채 흔들린다면 인간의 삶이라 할수 있는가? 배고프고 가난한것도 서럽지만 뿌리없는 자존심이 상처받은 마음에 행복같은건 운운할수가 없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프고 부족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데 자기만 배부르고 만족스럽다고 해서 행복한가?
 
《무관심이 최대의 악》이라고 예수가 말했다고 한다. 강자는 약자에 대해서, 가진것 많은 사람은 못가진 사람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기가 일쑤다. 《나비가 날개짓 한번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분다》는 과장된 말처럼 결코 무관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나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남을 리해해주려는 기질이 강해서 항상 내가 리해를 하면 모든것이 좋아질거라는 믿음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리해로써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그토록 모든것에 순종하면 될거라는 믿음- 그 모든것이 나 혼자의 평화를 위한 리기적인 생각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것이다.
 
이 땅에 관심받지 못하고 구석진 곳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 이 땅의 행복과는 무관하게 세상의 어둡고 그늘진 짐을 짊어진 사람들이 당당히 어깨펼수 있고 대등해지고 나아가서 같은 민족으로서 손잡을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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