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성의 문화동네 이십팔도(卄八道)에 들어서면 특이한 벽과 지붕, 자갈을 깐 옛 거리, 웅장한 사찰, 우아한 벽화 등이 강남의 여타 옛 동네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옛적에 도성(道成)으로 불리운 이십팔도는 1100여년전에 황소(黃巢)장군이 남진해 절강(浙江, Zhejiang)과 복건(福建, Fujian)사이에 드러누운 뭇산속에 도로를 냈고 그로부터 뭇산의 품속에 안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십팔도가 너도 나도 다투는 군사요충지로 부상했다.

천여년전의 송(宋)조때 향(鄕)산하에 도(道)를 두었는데 도성산하에 28개의 도를 설치했다고 해서 동네 이름이 이십팔도이다. 오늘날 이십팔도에는 여전히 명청시기의 옛건물들이 남아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풍계(楓溪) 옛거리 양쪽의 건물은 보통 거리쪽은 가게이고 뒷쪽은 가게주인의 저택으로 사용된다. 그로 인해 이십팔도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공간이 안쪽으로 향하고 외벽이 아주 높은 것이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특이한 건물들이 우아한 회색으로 되어 있고 정교한 조각물이 가득하며 구도 또한 교묘하고 사찰의 벽화도 생동해 굳어진 음악처럼 이십팔도의 어제를 말해준다.

어딘가 노쇠해진듯한 이 거리를 걸으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늦어진다. 의미심장한 역사가 잠자는 이 거리에서 이십팔도의 어제를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풍계 옛거리에서 또 다른 명소는 도화농(桃花弄)이다. 꼬불꼬불한 곡선위에 설치한 뜰의 문 3개는 재산을 들어내지 않고 은폐함으로써 안전을 기하고 전쟁과 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영안교의 시원한 바람이라는 의미의 영안량풍(永安凉風)은 풍계 십경의 하나이다. 그밖에 영안교 옆에 높이 솟은 사당 건물 만수궁(萬壽宮)은 옛적의 강서회관이다.

풍계교(楓溪橋)는 영안교에 비해 더 오래된 다리이다. 반달모양의 아치형 다리 난간에는 정교한 조각이 가득한데 위치만 잘 잡으면 반달모양의 교각과 물에 비낀 교각이 어울려 둥근 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풍계망월(楓溪望月)이라는 경관을 형성한다.

이십팔도의 만여명의 주민들이 146개의 성씨를 사용해 이십팔도는 명실공히 백성(百姓), 백씨성의 동네이다. 세상 곳곳에서 이 곳으로 모여든 사람들이라 언어 또한 다양하다.

오늘까지도 좁은 골에 9가지 방언이 유행해 방언의 왕국으로 인정된다. 각자 고향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이 곳 주민들은 또 이십팔도의 관변측 언어를 통일적으로 사용해 원활한 소통을 한다.

그밖에 산 노래와 종이 오리기, 나무 다리, 나무 인형, 등불놀이, 육지의 배놀이 등 중국 각지의 전통문화도 유행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마다 정월에 진행되는 용놀이이다.

종이로 7개나 13개 마디의 청룡을 만들어 가지고 임의의 가옥이나 가게에 들어가 사악함과 온역을 좇아내면서 새해의 건강과 행운, 부의 창출을 기원한다.

이십팔도는 산속에서 잊어버린 꿈이다. 하지만 천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심산속의 이 동네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인문경관과 소박한 민속풍토, 특이한 문화적 함의로 현대문명속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