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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을 찾아서 (3)펑황쩐(鳳凰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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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10-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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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 타강가에서 만나는 아침.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옅은 운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봉황 8경' 진수 외지인 탄성
손재주 뛰어난 묘족들의 터전
고풍스런 분위기 신비감 더해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방문한 이야기를 듣고 안견(安堅)이 그렸다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말 그대로 상상속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 상상속의 풍경이 호수(동정호)의 남쪽, 호남성(湖南省)에 가면 실제로 있다. 아득한 옛날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솟아오른 약 3000개의 기암괴석들이 하나하나의 봉우리로 총립한 장가계(張家界)의 절경이 바로 그 곳이다.

이 장가계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에 수백 채의 기와집과 고풍스런 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마을이 있으니 봉황진이다. 묘족(苗族)들이 천년도 더 이전부터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는 곳이다. 마을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있어 배를 띄워 분위기에 젖어들면 봉황 8경 가운데 하나인 '타강범주'가 된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상을 가진 마을이라 배를 타고 보는 것이 제대로다. 괜히 8경 가운데 하나로 든 것이 아니다. 사공의 노를 젓는 몸짓을 따라 맑은 물속에서는 수초가 함께 흔들리고 아스라이 들리는 묘족의 노래 소리가 몽환적이다. 강가의 붉은 사암과 푸른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색과 그 뒤로 둘러선 푸른 산색은 말하지 않아도 8경중의 또 한 가지가 된다. 고요한 강물과 그 물가에서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탑은 말없이 그 긴 세월동안 마치 나를 기다려 온 것 같다. 새벽을 알리는 '산사신종(山寺晨鐘)'의 맑고 고요한 종소리를 대신해서, 혼자서 들었을 그 종소리를 탑은 온몸으로 전해 준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 만해도 강위로 뗏목을 타고 나무를 하러 다니는 주민들이 일상이었을 정도로 봉황은 숨겨진 옛 고을이었다. 80년대에 들어와 외부세계로 알려지면서 '상서(湘西)의 세외도원(世外桃源)'으로 이름이 났다. 湘西라하면 湘이 호남성의 옛 이름이니 토가족(土家族)과 묘족(苗族)들이 많이 살고 있는 호남성 서부 지역을 이름이다. 묘족은 일찍이 독(毒)을 잘 다루는 신비한 민족으로 알려져 다른 소수민족들은 묘족의 집에서 식사하기를 꺼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빵 한조각과 차 한 잔으로 점심으로 때우는데 외부인임을 알아 본 주인장이 묘족에 관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봉황진은 워낙 시골이라서 묘족 남자들은 외부로 나가서 장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골짜기에서 길을 나서다보니 일정은 길어지게 마련이고 그러니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것은 다반사였을 게다.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면 아내는 내색도 하지 않고 밥에다 독을 탄다고 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맛있게 식사를 마친 남편은 다시 아내와 이별을 하고 장삿길로 나선다. 문제는 독이 든 밥을 먹어도 당장은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달 정도 장사를 다니다가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면서 죽는다고 하니 참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타강을 따라 구경을 하며 길을 걷다보면 무지개다리인 홍교(虹橋)가 나타난다. 다리는 마치 마을의 상징인양 봉황진의 가운데쯤에 자리하면서 강의 이쪽과 저쪽을 이어 주며 6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리의 양쪽과 강 건너편으로는 길을 따라 장사꾼들이 앉아 별의별 물건을 다 내놓았다. 여느 관광지에서도 볼 수 있는 기념품에서부터 손으로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심지어는 채소를 바구니에 담아 어깨에 메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묘족들의 손재주가 뛰어난지 여러 가지 공예품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은으로 만든 세공품이 유명하다고 한다. 목걸이 두어 개를 들었다 놓았다 망설이다가 도저히 잘 고를 자신이 없어 슬며시 놓고 문을 나선다.

땅거미가 내릴 즈음 객잔을 잡아 짐을 풀고 강가에 앉으니 낡은 기와집 지붕의 수수한 곡선을 따라 꼬마전등이 켜진다.

강을 마주하고 눈을 감으면 세월의 흔적으로 채색된 물가의 집들과 비에 젖어 반짝거리는 돌길이 눈에 선하다. 나는 마치 예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아 온 듯 한 착각에 빠져 혼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상념에 젖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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