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롄 한국 의류업체 존폐위기…中하청업체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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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3-26 10:20|본문
중국 다롄(大連)에서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 의류업체들과 중국 하청업체들의 분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대형의류 브랜드로부터 주문을 받아 중국 하청업체에 재하청을 주고 있는 한국 의류업체들과 선불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공임을 인상한 중국 하청업체들 사이에 납품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의류업체 J사의 P사장은 전화통화에서 "원부자재까지 넣어주고 겨울철 의류를 포함해 5천장 정도 봉제를 맡겼지만 하청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공임을 올리는 바람에 협상을 벌이느라 한 달 이상 납품이 늦어져 아예 5억원 가량의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 인수를 포기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K무역의 S사장은 "하청업체에서 물건을 담보로 잡고 약속한 공임보다 2배 가까운 돈을 요구했지만 한국 본사 납품 시기에 쫓겨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올해 9월 들어 다롄에서만 10건 가량 발생했으며, 특히 다른 옷에 비해 단가가 높고 유통기간이 겨울철로 한정돼 납품시기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모피 등 동계의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국 의류업체들은 전했다.
양측의 갈등이 끝내 폭력사태로 비화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 H사의 S사장은 중국 하청업자의 창고로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공원들과 충돌, 부상에 차량까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S씨는 "약속 금액보다 많은 돈을 먼저 지급했지만 하청업자가 물건을 넘겨주기는 커녕 다른 창고로 물건을 빼돌렸다는 소식을 듣고 정당하게 물건을 찾으러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측 하청업자 톈(田)모씨는 오히려 "S씨가 사람을 동원, 물건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했기 때문에 공원들이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우리측 공원도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한국 의류업체들은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진 작년 9월을 이후 중국 하청업체들의 횡포가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L씨는 "환율 상승으로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하청업체들이 혹시나 돈을 떼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한국 업체에는 선불을 받지 않으면 물건을 넘겨주려 하지 않는다"며 작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하청업체들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한국 의류업체 관계자는 "중국측 하청업체들이 한국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추가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막판에 한몫 챙기자는 생각에서 터무니없는 공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납품시기를 놓치면 하청을 준 한국 업체도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의류업체들이 중국 하청업체들의 요구를 '횡포'라고 일제히 지적하고 있는 반면 중국측 하청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이 약속을 위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자구책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측 하청업체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한국의 한 의류프로모션 업자가 의류 6천장 작업을 맡기고 먼저 4천장을 가져간 뒤 아무 말도 없이 소식이 끊은 적이 있었는데 이 소문이 퍼지면서 하청업자들이 한국 업체에는 먼저 돈을 받지 않고서는 물건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하청업체들은 공장 가동율이 떨어지는 비수기에도 추가 오더를 주겠다는 약속만 믿고 성수기에도 공임을 낮춰주고 있지만 추가 오더를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물건만 가져가려고 하면 향후 공장 운영을 감안, 공임을 더 높여 요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다롄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했던 일부 한국인 업주들이 중국인 공원들 임금도 챙겨주지 않고 않고 철수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한국 의류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L사의 K사장은 "이런 갈등을 방치하면 결국 한국 의류업체나 중국 하청업체에게 모두 손해가 되는 일"이라며 "한중 양국 정부에서 이를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으로만 보고 놔두지 말고 뭔가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