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끄떡없는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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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3-30 15:59본문
미국 월가에서 불거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통의 이재관(理財觀)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전통의 이재관은 ‘수입에 지출을 맞추는’(量入爲出) 관념을 말한다.
실제 이번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내 화교(華僑)들은 비교적 손실을 적게 입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 9월 30일 공표된 미국 20개 도시 주택지수는 16.3%나 폭락하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지만, 차이나타운의 집값은 기본적으로 변동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는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교들이 융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주식이나 보험, 기타 금융상품에서 화교들의 손실이 적은 이유도 리스크가 높은 부문에 대한 투자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인들은 ‘수입에 맞춰 지출한다’는 전통 관념을 지키기 때문에 소비를 숭상하는 미국 사회에 살면서도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해나간다는 얘기다.
‘수입에 맞춰 소비 지출한다’
비록 거품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 부동산시장이 미국 부동산시장에 비해 아직 커다란 위기를 맞지 않고 있는 이유 또한 이같은 중국인의 전통적인 이재관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인들은 미국의 이번 금융위기를 보면서 소비가 경제성장을 훨씬 능가하는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이 마침내 쓴맛을 보기 시작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식 과소비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금융위기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소비관념은 예전에는 ‘보수와 낙후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사회주의혁명 이후에도 그 관념은 변하지 않았다.
소비를 억제하던 중국의 계획경제는 더 많은 재화와 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화와 부 창출의 동력을 제한하는 체제였다.
중국에서 개인소비 대출을 처음 실시할 때 커다란 논란이 빚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빌린 돈으로 생활한다’는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식 과소비가 부른 세계적 금융위기는 ‘수입에 맞춰 소비한다’는 중국 전통 이재관의 가치를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이번 금융위기가 적당한 소비의 필요성마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도 돈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세계화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두 가지 소비모델을 대표하며 이 두 모델은 서로의 모델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즉 미국의 과다소비는 중국의 과잉생산에 의해 지탱되고, 중국의 내수 부족은 미국의 과다소비에 의해 유지된다. 또 중국인들이 먹을 것을 아끼고 물자를 절약해 모은 외화는 상당 부분 미국국채 매입에 투입돼 미국을 도와주고 있다.
중국이 이번 위기를 해소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국채를 추가 매입하는 방안이 제기됐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번 금융폭풍을 계기로 중국이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다. 내수 진작이 바로 그것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 미국의 내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와 수출의 두 기둥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으로서는 수출 감소에 대체할 내수 진작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집권 공산당은 12일 폐막한 17기 당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7기 3중전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농촌의 1인당 소득을 현재의 2배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공산당은 농민의 토지 경작권 매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과감한 농촌개혁안을 아울러 발표했다.
중 내수진작, 우리에겐 기회
2020년에 가면 중국 농민의 1인당 소득은 약 8000위안(약 160만원)으로 올라가고, 1500만명에 달하는 농촌의 극빈층이 일소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농민은 토지 경작권을 매매하거나 이를 담보로 융자를 받는 등 소득을 크게 증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농민이 중국의 소비 주체로 올라서는 것을 중국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추진은 중국 자체의 대안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도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낱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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