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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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2-08 09:39본문
미국 정부가 64억달러어치의 대 대만 무기 판매를 공식 선언하자 중국 정부가 잇단 보복조치를 선언하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처음으로 무기판매 관련 회사제재를 밝히자 벌써부터 해당 회사의 기술협력 중단, 구매 취소등이 단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홍콩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의‘금융핵무기' 사용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최고 채권국인 중국이 보유중인 미 국채를 덤핑 판매,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미국을 한순간에 혼란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다. 현재 중국이 보유중인 미 국채는 8000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여전히 빚을 내 경제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며 중국이 보유중인 미 국채를 덤핑판매 한다거나 이런 행동을 암시한다면 미국의 금융시장이 단번에 흔들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우려는 연초 미국에서도 나왔다. 대니얼 아이켄신 미 워싱턴 케이토연구소 무역정책연구센터 부소장은 “만약 미·중이 무역전쟁을 한다면 중국의 제대로 된 무기는 미 국채매각에다 중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복조치”라며 “이 경우 미국은 물론 중국도 만만찮은 타격으로 양측 모두 상처뿐인 결과를 초래하는 비극”이라고 주요 2개국(G2) 충돌을 반대했다. 하지만 아이켄신의 우려섞인 예측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있다.
사실 ‘미 국채 덤핑 판매'를 일컫는 ‘금융핵무기'라는 신조어는 중국이 아닌 서방에서 먼저 나왔다. 2007년 8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당시 미 의회 등 고위관리들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며 중국에 강한 압력을 가하자 중국학자 2명이생각하는 중국의 대미 전략을 기사화했다. 그 가운데 한명인 허판(何帆)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중국은 미국 국채의 덤핑 판매로 달러 붕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깜짝 놀라면서 “설마 이 뉴스가 거짓은 아니겠지”라고 반문한 뒤 “미·중 양측은 ‘더 진지한 다른 방식'으로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이견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부시가 중국학자의 견해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중국 손 안에 있는 8000억달러의 미 국채가 분명히 ‘정치무기'로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더군다나 중국에는 ‘뱀을 잡을 때는 일곱치 되는 곳을 쳐야 한다(打蛇打七寸)'는 속담이 있다. ‘중요한 곳을 찾아 때려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要打到痛處才行)'는 뜻이다. 뒤집어 보면중국은 미국의 치명적인 약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도 된다. 결국 미국과 오바마의 대 중국 정책이 중국인들에게 상처로 남게 된다면 중국은 ‘금융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한다면 중국은 가장 먼저 미 국채 덤핑 판매를 무기로 내세울 것이지만 이는 세계 종말에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최악의 상태임을 지적했다. 크루그먼의지적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미 국채 덤핑이라는 ‘금융핵무기'를사용한다면 미·중간의 피해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제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할 G2의 싸움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게임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