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입는 것 VS 잘 먹는 것 “중국인 외모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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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26 10:17본문
중국 어느 지방에서나 거리를 걷다 보면 거의 ‘걸인’을 방불케하는 누추한 차림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습관대로 그 사람의 옷차림만 보고 경제력을 판단한다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 모 대기업 간부 A씨도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 뻔 했다. 그는 주말이 되면 칭화(淸華)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데 한 반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은 모두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CEO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떡진’ 머리에 추레한 옷차림을 한 학우가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겉 모습만 봐서는 기껏해야 구멍가게 사장 같아 보였다. 아무개씨는 ‘동네 슈퍼하나 경영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내심 그를 무시했다. 그런데 교실 밖에는 뜻밖에도 BMW7 자가용이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차를 구매할 수준이 되는 사람은 중국에서 여간 잘 사는부자가 아니다.
당시 뜨끔함을 감추느라 혼이 났다는 아무개씨는 “중국 부자들은 겉 모습만 봤을 때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절대 옷차림을 보고 중국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중국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영화감독도 옷차림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늘어지고 허접한 티셔츠 차림으로 당당하게 텔레비전 인터뷰에 응한다.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일은 무엇인가? 바로 돈을 버는 것이다”라는 철학을 가진 그는 옷을 사는데 쓰는 돈은 아깝다고 여긴다. 중국에는 이같이 맵시를 따지지 않는 부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입는 것보다 오히려 먹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잘 산다’의 지표가 한국에서는 ‘잘 차려 입었다’라면, 중국에서는 ‘잘 먹는다’이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의(衣)식(食)주(住)’라고 하는 반면 중국은 ‘식의주’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잘 먹는 것’을 더 중요시 한다.
‘잘 먹는다’는 것을 중요시 하는 사회는 <원바오(溫飽)형 사회>로 불리는데, 따뜻하게 지내고 배불리 먹는 생활을 뜻한다. 하지만 ‘잘 차려 입었다’는 이미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보다 더 인간답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어느 정도 원바오형 사회를 넘어서 샤오캉(小康)사회 즉, 먹고 사는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중등사회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중국에서 먹는 것은 단순히 배불리 먹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의 경제항구 상하이에서는 개방의 물결을 따라 ‘예쁘게, 맵시 있게 입는 것’을 중시한다지만 아직도 중국 곳곳에서는 헤진 청바지에 티 하나 걸친 부자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