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충돌 2라운드 상황에서 한국의 출구 전략은?
2018.10.06
트럼프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2천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5천745개 품목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를 실행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세율을 25%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하게 됐다.
이번에 관세가 부과되는 2천억 달러 제품에는 가구, 식품, 의류, 가전 등 각종 생활용품과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있어 미국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관세 발효로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규모 5천55억 달러의 절반규모인 2천500억 달러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24일부터 '2라운드'에 접어든 형국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죽기살기식(zero-sum game)’ 무역 분쟁을 넘어 외교·군사 분야 등 전방위적으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소련 붕괴 이후 근 30년 만에 '신냉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앞서 예고한 것처럼 이날 0시부터 2천억 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 부과는 지난 7∼8월 두 번에 나눠 총 500억 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로써 관세 부과 대상은 전체 중국 수입품의 절반으로 확대됐다.
중국도 미국 제품 600억 달러 어치에 추가로 5∼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어 양국 간 무역전쟁은 이제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관세 부과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양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의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중 양국은 '치킨 게임'에 몰두하면서 대화를 통한 극적 국면 전환은 더욱 요원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결렬된 상태에서 두 수퍼파워의 충돌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애당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부과 계획 발표로 중국 측이 협상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날 발표한 '백서'에서 미국이 극단적인 관세부과 수단을 통해 '경제적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과 담판의 문은 줄곧 열려 있지만,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담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 압력이 단순한 통상 마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인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장은 최근 한 공개 포럼에서 "전력을 다해 중국 경제를 억누르려는 것이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고 진단하면서 공급사슬 상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이 중국은 이날 발표한 '백서'에서 미국이 극단적인 관세부과 수단을 통해 '경제적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과 담판의 문은 줄곧 열려 있지만,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담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는 미국이 무역협상 과정에서 첨단 제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 등 자국의 발전 전략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한다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는 미중 간 극적인 대화 동력이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최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하려는 미국은 중국의 ‘대국굴기’를 확실히 억제하는 차원에서 ‘스마트제조 2025’ 프로젝트처럼 ICT 기술기반 역량을 이번 기회를 계기로 꺾어버리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미중 무역충돌이 미국의 공격, 중국의 방어라는 패턴이 반복되는 형국에서 이제는 경제분야를 넘어 대만과 북한 등 주변국가를 아우르는 군사적, 외교적 충돌로도 비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최소 20년은 갈 것이며, 상황이 우리 생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난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서 100만개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런 미중간 격돌이 장기화 될 경우 국내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제1 수출 대상국은 중국이며, 제2 수출대상국은 미국이어서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경제가 부진한 국내 경제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실제로 지금까지는 국내 수출 환경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그나마 경제를 받치고 있는 수출 전선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1~8월 누적 수출액은 3,977억9,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로 이 가운데 대중 수출은 점유율 27% 1,062억9,600만달러, 대미 수출은 12% 460억5,400만달러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G2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실제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대국 중간에 끼여 있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 중간 경제전망’에 따르면 중미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금년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앞서 5월 전망치에 비해 무려 0.3%포인트가 낮게 전망 했다.
실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2.9%)과 중국(6.7%)은 물론 주변국인 일본(1.2%) 러시아(1.8%)는 예상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되었지만 우리나라만 경기 급격한 하강 위험을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11월 중간선거 전 성과를 거두며 끝나는 것이 우리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지만, 미국은 중국을 제압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기 때문에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중 무역전쟁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수출 물량이 중국이라는 한 시장에만 쏠리지 않게끔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단기적으로 피해보는 업체가 최소화되도록 미국 정치·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산 품목의 관세부과 제외를 요청·협상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하고 있다.
정부도 산업구조 변화와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물론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전체 수출액의 40% 차지하는 두 나라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 양국 간 문제여서 당장 우리가 직접 전면에 나설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 기회에 수출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수출 구조 개선, 신남방ㆍ신북방 등 시장다변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