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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이 한복을 입었는데 웬 시비질이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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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2-02-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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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동족 혐오가 왜 거기서만 나오지?

북경동계올림픽 개회식 성황에 대한 나의 평가 글을 애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지인의 말에 장예모 감독이 개회식 공연에서 보여준 그만이 가진 장기인 시각적 충격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엉뚱한 화젯거리가 한국 언론을 달구고 있어 장예모 감독에 대한 평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국 언론을 달구고 있는 엉뚱한 화젯거리는 북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국기를 이어 전하는 장면에서 약 3초간 비친 한복을 입은 처녀의 모습이다. 이 영상을 두고 한국의 한심한 누리꾼들은 "중국이 이제는 한복까지 훔쳐간다.", "중국은 코로나를 제외하고 전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거센 불만을 들어냈다. 지어 욕까지 서슴치않았다.


머리가 빈 주제에 쩍하면 남하고 걸고드는 사람을 연변의 조선족들은 "아다모끼"라고 했다. "아다모끼"란 이 말은 사전엔 "마구잡이나 생억지. 또는 마구잡이로 하거나 생억지를 쓰는 사람"이란 북한어라고 적혀있다. 지금도 나이든 분들은 "아다모끼"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 말은 지금에 와서는 "개념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

  영상에 비친 한복을 입은 처녀는 분명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중 조선족의 상징으로 나온 것이다. 한복이 한국의 전통의상이라면 같은 민족인 조선족 녀성이 한복을 입고 올림픽 성회에 나선 것은 트집 잡고 생억지를 쓸 화제거리가 아니다. 한 조선족 네티즌은 너무 어처구니없어 댓글에 "조선족이 한복을 입어서는 안된다면 '소캐바지'를 입고 나와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소캐바지"란 솜바지란 연번 사투리다.

  트집 잡고 생억지를 부리는 자들의 말대로 한다면 조선족뿐만 아니라 몽골족, 카자흐족 등 동족이 나라를 갖고 있는 소수민족들도 문제가 된다. 몽골족이나 카자흐족도 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을 수 없다는 생억지가 나온다. 그들도 역시 "소캐바지"를 입고 올림픽이란 세계 대잔치에 나오란 말인가.

  한심한 네티즌들의 생억지 보다도 더 한심한 것은 나라의 문화체육관광을 전담한 장관의 말이다. 언론의 인터뷰에서 그 장관은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소수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한중 양국 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안타깝다"고 했다. 허허허, 역시 장관은 장관이다. 조선족이 입은 한복 론란을 나라간 차원에까지 격상시켰으니.

  그 뒤를 이은 말이 더 한심하다. 그는 “소수 민족이라고 할 때는 그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때를 주로 말한다."고 했다. 이 말에 내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착각이 일 지경이다. 소수민족이란 뜻을 약소민족으로 리해하고 있는 장관의 말에 나는 너무 어이없어 한참이나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국의 헌법은 중국은 56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다민족국가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은 다른 소수민족과 같이 떳떳한 중국 국민이다.

   여기서 중국 조선족에 대한 호칭이 제기된다. 고국인 한국은 중국의 조선족을 뭐라고 호칭하나? "중국 조선족", "재중 동포", "해외 동포"라는 호칭이 있다. 첨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해외 동포"라고 하면서 중국의 조선족은 이에 포함시키지도 않았었다. 한국에서 "중국 조선족"이란 호칭이 좋은 일보다 기분 상하게 하는 일에서 많이 쓰이는 것도 조선족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외교적으로 중국에 항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 장관은 아직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 역시 무지하기 짝이 없다. 조선족이 한복을 입은 것을 갖고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이제 더는 한심한 "아다모끼"들처럼 조선족을 시도떄도 없이 말밥에 올려 씹어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선족은 함부로 입에 올릴 민족이 아니다.

 

제2편 

동족 혐오가 왜 거기서만 나오지?

 

북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처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국에서 나온 소리가 "한복이 왜 거기서 나오지?"이다. 무식한 질문도 다 있다. "한복이 거기서 나오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고 반문을 하니 그 한복이 이른바 "문화 침탈"로 "도적 맞힌 한복"이란다. 이에 관해 이미 쓴 네 편의 글에서 할 말을 다 했으니 오늘은 화제를 바꿔본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동족이 세운 나라를 갖고 있는 소수민족은 조선족을 비롯해 다섯 개 소수민족이 있다. 인구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면 몽골족, 조선족, 카자흐족, 러시아족, 우즈베크족인데 나라명칭은 몽골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 카자흐스탄공화국, 러시아련방,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이다. 조선족만 비록 동족이지만  분단된 두 나라를 갖고 있다.

  동족이 세운 나라를 보통 고국, 또는 모국이라고 부른다. 조선족에게는 조선과 한국은 다 고국이다. 피를 나눈 동족이기에 한지붕아래 한 가족이라고도 한다. 고국은 동족이 다른 나라에서 기를 펴고 떳떳하게 살고 있으면 마치도 집을 떠난 형제가 잘 사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자랑으로 여긴다. 고국을 떠난 동족도 동족이 세운 나라가 있기에 긍지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동족이 세운 나라가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엄청 다른 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서인가 조선족과 고국인 한국 사이에서 이상한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족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여서 이 글에서 언급을 줄이겠지만 이번 "한복 론란"까지 지켜 보고나니 한마디 해야겠다. "한복이 왜 거기서 나와?"하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내가 반문하고 싶다. "동족 혐오가 왜 한국에서만 나오지?"

  역시 조선족과 같이 중국의 소수민족인 몽골족, 카자흐족, 러시아족, 우즈베크족이 고국으로부터 그런 굴욕을 당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소수민족 작가들중 나와 친구로 가까이 지내고 있는 고국을 가진 소수민족 작가가 몇 분 있다. 작가모임이나 작가 탐방에서 자주 만나는 문우들인데 그들은 고국에 대한 긍지감과 고마움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빌면 고국은 그리운 고향과 다름없다.

  나도 조상의 나라를 그리운 고향처럼 생각했었다. 한국의 전라남도 곡성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태여난 고향이고 조선의 함경북도 명천군이 어머님의 고향이다. 해서 나는 고국인 조선과 한국을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고국이 잘 나가면 내 일처럼 기뻐했고 고국이 힘들어할 때면 마음이 아팠다. 지어 스포츠에서 고국이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하면 무조건 고국을 응원했다. 그것이 내 아들, 딸에게까지 대물림이 되였다.

  혹 모국의 개념없는 자들이 조선족을 폄하하고 혐오하는 언행을 보이면 그저 하루밖에 못사는 하루살이나 사람 귀찮게 구는 똥파리 정도로 치부했는데 이번 "한복 론란"에 똥파리뿐만 아니라 언론매체, 지어 여야와 대선 후보들까지 기염을 토하는 것을 보고 이게 내 고국이냐고 스스로 반문해보았다. 이럴 수가 없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러다간 나라 망신보다 더 큰 액이 떨어지겠는데…

  고국은 서둘러 액막이를 해야 한다. 어제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이 중국 측 립장을 천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부로 불장난을 하면 남의 집보다 제 집부터 태운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울러 조선족은 함부로 입에 올릴 민족이 아니라는 말을 다시 상기했다. 오래전에 내가 집필한 대형다큐멘타리, 조선족 백년사-"피와 땀으로 걸군 대지" 첫 머리에 쓴 해설사로 이 글을 마무린다.

   "우리 겨레가 우러르는 백두산을 오르노라면 해발 1,800미터 되는 수목 한계선에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사스래나무 경관대가 있다. 나뭇가지가 구불구불 땅 위로 뻗어나간 사스래나무 숲을 보고 한 시인은 가까운 데서 보면 꽃사슴 떼가 조용히 누워있는 것 같고 먼 곳에서 보면 룡 떼가 구슬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세찬 찬바람에 휘고 뒤틀려서 왜소화 되어 마치도 동화 속에서 나오는 요술에 걸린 숲처럼 보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억센 뿌리를 바위에 깊이 박은 모습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 민족을 보게 된다."

 

 

 북경 김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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